가이아의 공동식탁 _ 권은비 작가


가이아의 공동식탁 _ 권은비 2025

지렁이 분변토. 컴포스트, 목재, 모터, 스피커, 마이크, 버섯균, 300 X 300 X 100cm

《내가 사는 피부》 전시 커미션 작품 ©권은비

제작 및 설치 – 장호

권은비 작가의 <가이아의 공동식탁>는 흙을 배경으로 농부가 노동자가 되고 다시 노동자가 농부로 돌아가는 순환적 서사를 그린다. 식탁 표면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12개의 판화 조각에 새겨져 서로 연결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기후재난 시대, 오염과 착취로 황폐해진 땅에서 농부가 노동자로 변모하며 사람과 환경이 동시에 소외되고 학대받는 비극적 과정을 담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이아 가설을 바탕으로 지구의 인간과 베인간이 상호작용하며 호혜적 관계 속에서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변적 서사를 제시한다. 24절기, 땅 속의 지도 문캘린더 등의 그림들은 식탁 표면에 요철을 이루고 농기구가 레코드 마이크처럼 작품의 표면을 긁어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회전하는 가이아의 공동식탁>은 두 서사를 시각과 청각으로 풀어내며 흙과 노동, 순환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농부에서 노동자로, 노동자에서 농부로 _ 권은비 2025

광목, 142X122cm.

《내가 사는 피부》 전시 커미션 작품 ©권은비

제작 및 설치 – 장호



가이아의 구원자를 위한 모뉴먼트 _ 권은비 2025

각파이프, 목재, 지렁이 분변토, 100X 70X 40cm

《내가 사는 피부》 전시 커미션 작품 ©권은비

제작 및 설치 – 장호

<가이아의 구원자를 위한 모뉴먼트>는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 가장 유능한 땅속의 농부라고 불리는 지렁이를 위한 모뉴먼트이다. 인간으로서의 노동자, 농부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먹이사슬에서 가장 하위 단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땅과 생태계를 가장 이롭게 하는 지렁이에게 바치는 조각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피부》
𝘛𝘩𝘦 𝘚𝘬𝘪𝘯 𝘐 𝘓𝘪𝘷𝘦 𝘰𝘯

참여작가 : 권은비, 신미정, 언메이크랩, 이끼바위쿠르르

2025년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하반기 기획전시 《내가 사는 피부》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표면인 “흙”을 중심으로 동시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살피며 그 의미를 다각도로 사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흙을 생명과 시간의 층위가 축적된 지구의 ‘피부’로 바라보며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그 피부에 어떤 감각과 태도로 응답해왔는지 살펴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방치하거나 훼손된 지구의 피부가 다시 인간에게 어떤 영향으로 되돌아오는지 다층적 관점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흙은 생명 순환의 장이자 시간이 얽혀 만들어낸 유기적 집합체다. 하지만 자본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흙은 점차 자율성을 잃고 생명의 장소가 아닌 하나의 자원으로 전락하였다. 이로 인해 토양 고갈과 생태계 붕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되돌아오는 위기의 징후들은 점차 도출되고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히 인간의 무지나 습관 때문만이 아닌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조건이 흙을 망치도록 유도하고 돌보는 실천마저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흙을 둘러싼 문제는 정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와 깊게 얽혀 있다. 자본과 기술 중심의 개발로 인해 흙을 생산 수단, 자본의 형태로 바라보는 관점이 강화되어 함께 살아가는 주체가 아닌 소모와 효율의 대상으로 전환시켰다. 이와 같은 시각은 자본이 개발도상국의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위탁 운영하게 만드는 구조를 고조시켜 지역 공동체의 해체와 생태계의 파괴에 이어 불안정하고 불공평한 도시 노동 환경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때 발생한 환경 비용은 부를 축적하는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가 대신 감당하게 되고 이러한 불균형한 구조는 은폐되고 전가된다. 흙은 더 이상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자연이 아닌 경제 시스템 안에서 정치적 권력 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흙을 그저 발아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행위자로서 이 체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결국 흙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과 감각적으로 연결된 존재이며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농사는 최고의 농부인 자연을 모방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흙과의 관계 속에서 겸손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을 모방해 순환을 회복해야 한다. 그 회복의 시작은 흙이라는 감각적이자 물리적인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이번 《내가 사는 피부》 전시를 통해 우리 삶의 기반을 다시 되짚으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와 공동의 책임을 함께 사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시: 2025. 9. 4 – 10. 3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1,2,3
▫️운영시간: 12:00-18:00(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𝑪𝒓𝒆𝒅𝒊𝒕
디렉터: 최성우
기획: 박승연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전민정
그래픽 디자인: 어라우드랩
공간 디자인 및 조성: 피스오브피스
영상장비: 올미디어
운송 및 작품 설치: 나라작품운송
사진: 고정균
주최 및 주관: 통의동 보안여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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