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 깊은 밑바닥에 한없이 가라앉아 웅크려야만 했던 모든 선애들에게 이 무대를 바칩니다.
-무대디자인
극 중 이야기속에 나오는 ‘부리고래‘는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피해 더 깊은 물 속까지 숨을 참고 내려가 살아간다고 한다.
무대는 어딘가 깊게 가라앉아있는 공간이다. 이 곳의 물건들은 모두 다 녹슬어있고, 기울어져 있다. 이런 기울어짐은 불안정한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더욱 깊숙한 곳,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품고 있는 시간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공간 한 가운데에는 하얀 천이 마치 빨래처럼 걸려있다. 그것은 길게 늘어져서 입구 방향으로 길처럼 놓여있다. 이 천은 가사노동을 뜻하는 빨래와, 돌봄을 뜻하는 천기저귀처럼 지난 세월동안 여성들이 강제로 떠안았던 부당함에 대한 표현이다. 이 길은 결국 집 밖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입구에서 끊어져있다. 또한 이 극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해졌던 폭력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무대는 어떠한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그저 이런 현실이 있음을 직시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공연사진
사진 _ 장호

선애에게
2024.12.20~22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가 : 이정
연출 : 윤혜진
무대, 소품 : 장호
공연소개
작가와 희곡이 빛나도록 – 봄 작가, 겨울 무대 2024
이 정 작, 윤혜진 연출 | 윤무아
<선애에게>
공연일시 : 12월 20일(금) 19:30 | 12월 21일(토) 15:00, 19:30 | 12월 22일(일) 15:00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엄마는 내가… 행복해질까 봐 겁나?
가까이 가면 상처를 주고 달아나려고 하면 죄책감으로 짓누르는 그런, 엄마가 쓰러졌다.
아버지와 두 명의 동생이 있지만, 선애는 모든 보살핌을 도맡게 된다. 퇴원이 가까워질 무렵 엄마가 치매 증세를 보인다. 가족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만 모든 책임을 선애에게 떠넘긴다. 이번에도 선애는 거절하지 못했다.
엄마의 병세는 점차 악화되고, 최선의 서포트를 하겠다던 가족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한계에 다다른 선애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엄마에게 던진다. 이제 선애는 엄마를 온전히 끌어안을 것인지 완전히 끊어버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출연 | 성수연, 이정미, 장성익, 송석근, 이경미, 박용우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진정성과 짙은 호소력”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결국 상상밖에는 없는 현실을 참혹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
– 낭독공연 심사평 중
작가의 글
너에게 전하고 싶은 이 이야기가 정작 너에게는 가닿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너는 여유가 없을 테니까. 언제나 바쁘고 빠듯할 테니까. 지금도 지쳐있을 테니까. 너의 가족은 널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물으면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냐고, 그냥 내 팔자가 그런 것 아니겠냐고, 그런가 보다 해야지 별수 있냐고 바보처럼 천사처럼 넌 웃고 말겠지. 너의 인생이 잘못되어 가는 줄 모르고, 문제가 있다면 너한테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선애야.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를 싫어해도 괜찮아. 가족과 멀어져도 괜찮아. 너만 생각해도 괜찮아. 원한다면 다 버리고 앞만 보고 가도 괜찮아. 너는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겠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너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라는 것을.
연출의 글
함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함부로 해선 안 된다. 함부로 하지 마라.
당연하지 않다. 당연할 수 없다. 당연한 것은 없다.
선애에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드라마투르그의 글
“가족이란, 남이 안 볼 때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한 영화감독이 있었다. 애증 섞인 표현이었을까? 불온한 표현이라고 넘겨버리기엔, 가족끼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드물지만은 않다.
<선애에게>에는 유독 한 명의 자녀에게 가혹한 엄마가 등장한다. 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딸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른바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신의학에서 ‘성격장애’로 분류하는 이런 유형은 대개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서 오는 공허, 불안, 분노를 해소해 줄 희생양을 찾는다. 그렇게 만난 엄마와 딸. 이 연극은, 그중에서 딸인 선애를 위해, 그녀의 관점으로 쓰인 이야기다.
작가 이 정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구덩이>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연출 윤혜진
<공중제b> <곳. 서늘한, 것> <비롯하여 오롯> <어린잎은 나란히>
<유니버셜 스튜디오> <돌 깨는 잠, 숨 짓는 숲> <X의 비극> <소네트155>
<잘자라랄라> <나 연극에 별 관심 없어> <궁립공단_ 무아실업>
<누군가 올 거야」 외
드라마투르그 이홍이
번역가, 드라마투르그
주요 번역 작품으로 뮤지컬 <데스노트> <4월은 너의 거짓말>, 연극 <태양> <산책하는 침략자> <남자들> <응, 잘 가> 외 다수가 있으며,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외지의 세 자매> <서재 결혼 시키기> <언덕의 바리> 등에 드라마 투르그로 참여했다.
단체소개
윤무아
윤무아는 윤혜진이다. 윤혜진은 윤무아다.
무릇, 지금, 존재하는, 사라지는, 詩가 되는, 것것것,
어디서, 무엇이, 누구, 든든든,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봄 작가, 겨울 무대> 소개
<봄 작가, 겨울 무대>는 매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 등단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작가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작가들에게 신작 장막 희곡 집필과 무대화 과정을 통해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과정에 예술극장이 동행합니다.
2024 무대공연 선정작
소윤정 작, 최용훈 연출·극단 작은신화 <랄라라>
12/13(금)~1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이 정 작, 윤혜진 연출·윤무아 <선애에게>
12/20(금)~2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윤성민 작, 유영봉 연출·극단 서울괴담 <내 무덤에 너를 묻고>
2025/1/10(금)~1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