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_ 2023

_무대를 생각하며

어떤 상상은 저항적일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없는 것처럼 배제되거나 삭제되거나 가려지거나 소거되고 있다면 그 빈자리부터 다시 저항하듯 상상해내는 것이야말로 이 공연의 무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빈자리는 검은 점이자, 블랙홀같은 공간이어서 빛을 빨아드리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속에서 모든 상상이 가능한 SF적인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검게 칠해져 잘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 아주 작은 빛이라도 흡수해서 모습을 나타내는 존재들을 상상해보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하는 이들 앞에 배제되거나 삭제된 존재들이 현실 세계에 스스로 걸어나와 ‘현존’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보려고한다면, 나와 너, 우리 사이는 결국 연결되어 있다고, 우리는 연결해주는 빛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작가 ‘도은’ 님의 대본 중

(재윤)

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
살을 맞닿아도 상대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는 기분.
네 우주복에 연결된 끈처럼,
내가 바다에 들어갈 때면 등에 매다는 장비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무언가가 우릴 연결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나는 그것이 영영 끊기지 않는 끈처럼, 언제나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통처럼 오래 갔으면 좋겠어.
너와 내가 남은 인생동안 서로가 파도에 휩쓸릴 때면 구하려는 대신 함께 파도를 타고, 우주에 홀로 떨어진 것처럼 고독할 때면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 끝까지 신호를 보내는 것.
그렇게 너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고 싶어.


_무대디자인


_무대사진


_공연사진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국립정동극장_세실

2023.07.06 ~ 21

연출 – 이래은

무대 – 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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